||0||0아직은 빈손을 쳐들고 있는
3월의 나무들을 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경건한 기도를 바치며
내가 나를 타이르고 싶습니다
죄도 없이 십자나무에 못박힌
그리스도의 모습을 기억하며
가슴 한켠에 슬픔의 가시가 박히는 계절
너무 죄가 많아 부끄러운 나를
매운 바람 속에 맡기고 모든 것을 향해
화해와 용서를 청하고 싶은 은총의 사순절입니다
호두껍질처럼 단단한 집 속에
자신을 숨겼던 죄인이지만 회심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슬퍼하지 않으렵니다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말하지 않으렵니다
우리 모두 나무처럼 고요히 서서 많은 말을 줄이고
주님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해주십시오
나무처럼 깊숙이 믿음의 땅에 뿌리를 박고
세상을 끌어안되 속된 것을 멀리하는
맑은 지혜를 지니게 하십시오
매일의 삶 속에 일어나는 자신의 근심과 아픔은 잊어버리고
숨은 그림 찾듯이 이웃의 근심과 아픔을 찾아내어
도움의 손길을 펴는 넓은 사랑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 사순절의 기도. 이해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