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의 양

by 김일선 posted Aug 3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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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파타고니아의 양
- 팔레스타인을 위한 송가      
                                                    
거친 들판에 흐린 하늘 몇 개만 떠 있었어.
내가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해도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만은 믿어보라고 했지?

그래도 굶주린 콘도르는 칼바람같이
살아 있는 양의 눈을 빼먹고, 나는
장님이 된 양을 통째로 구워 며칠째 먹었다.

어금니 두 개뿐, 양들은 아예 윗니가 없다.
열 살이 넘으면 아랫니마저 차츰 닳아 없어지고
가시보다 드센 파타고니아 들풀을 먹을 수 없어
잇몸으로 피 흘리다 먹기를 포기하고 죽는 양들.

사랑이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라고 믿으면, 혹시
파타고니아의 하늘은 하루쯤 환한 몸을 열어줄까?

짐승 타는 냄새로 추운 벌판은 침묵보다 살벌해지고
올려다볼 별 하나 없이 아픈 상처만 덧나고 있다.

남미의 남쪽 변경에서 만난 양들은 계속 죽기만 해서
나는 아직도 숨겨온 내 이야기를 시작하지 못했다.
                                                          - 마종기-
              
※ 사랑이 얼마나 처절하고 아픈 것 인지를 보여주는
   또한 사랑을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절절한 느낌이
   가을이 오는 소리와 함께 이 詩에서 느껴져 옵니다...